커피와 남자_by 성지식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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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09:30
커피를 주제로 칼럼을 쓰는 이유는 어느 날 문득 커피를 마시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남자 유형을 커피에 비교해 분석해도 괜찮겠다.’ 그렇게 일단 마음을 먹고 생각 해 보니, 정말 주변에는 씁쓸한 남자, 묘한 남자, 달달한 남자 등 커피에 비할 수 있는 남자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아메리카노는 따뜻할 때 향으로 마신다지만, 나는 아이스 특유의 그 ‘탄 맛’이 좋다. 내 사촌동생이 내가 이런 글을 적은 사실을 안다면 ‘언니야, 또 서울여자인 척 하네’ 하며 비웃겠지만, 진심 좋다.
아메리카노처럼 쓴맛이 섞인 남자.

아메리카노 같은 남자는 요즘 대세인 나쁜 남자들이 아닌가 싶다. 깔끔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커피임과 동시에 마시면 마실수록 중독되는 것이 바로 아메리카노의 매력이다.
그 사람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나쁜 남자였어요. 겉모습이 탁월하게 미남은 아니었지만 잊을 수 없는 그 만의 분위기가 있었죠. 그에게는 남들의 말은 들리지 않고 오직 그에게만 집중하게 하는 마력이 있었어요. 가령, 이메일로 벚꽃 길을 찍어 보내주는 생각지도 못한 로맨틱한 행동 한다든가 툭툭 던지는 말투 속에 은근히 나를 챙기는 자상함이 있었죠. 다정하지는 않았지만 저를 늘 존경해주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었죠. 우리는 서로가 너무 아까워서 그냥 누워서 마주보고 8시간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 기억들이 더 그를 제 안에 가둬두는 것 같아요. 지금은 비록 헤어졌지만 제게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쓴 커피 같은 남자입니다. |
취업준비생입니다. 유학 준비생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어요. 우리는 백수 커플답게 연애도 소소하게 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곳을 가지도 않고 큰 이벤트도 없고요. 그런 데이트에 큰 불만은 없지만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많아 가끔 혼자있고 싶을 때는 있어요. 게다가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서울까지 와서 토익점수 올리랴, 학원 다니랴 원서 내랴, 할 일이 너무 많기도 하고요. 매일 만나는 사람도 그, 밥 먹는 사람도 그, 딴에는 옆에 있어준다고 매일 저를 보러 와 주는데, 솔직히 질리기도 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그렇다고 착하게 웃고만 있는 그에게 말을 못해 가끔은 짜증납니다. 제가 아무리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하하, 화도 한 번 안내요. 남들이 들으면 복에 겨웠다고 하겠지만, 너무 달달하기만 한 그가 이제는 조금씩 질립니다. 마치 생크림 가득 올린 카페모카를 매일같이 마시는 느낌이에요. |
세상에는 가벼운 여자도 많지만, 그만큼 가벼운 남자도 많다. 우습게도 무애론을 펼치며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은 없다는 둥 허세 잔뜩 섞인 말로 수많은 여자들을 유혹하는 한량은, 사랑에 있어 너무 가벼워 그 연애의 끝에는 늘 ‘동정’만 남더라.
그는 홍대에서 많이 볼 법한 예술가 같은 느낌으로 제게 처음 다가왔어요. 왜, 여자들은 은근히 그런 로망이 있잖아요. 아티스틱한 사람과 한 번 사귀어 보는 것. 마치 오노요코나 에디 세즈윅처럼 그 사람의 뮤즈가 되는 것. 그래서 저도 쉽게 마음을 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심장이 없는 그와의 연애는 너무도 힘들었죠. 제가 더 좋아했으니까요. 처음에 좋았던 자유로운 모습은 점점 더 저를 힘들게 했고 불안하게 만들었어요. 그러다 지치고 결국 체념하게 되고, ‘그래 너는 그렇게 보헤미안답게 살아라, 나는 시크한 도시녀의 삶으로 돌아가련다.’ 하고 헤어졌죠. 그런데 가끔 문득 생각나는 그와 남은 우리의 추억을 곱씹어보면 사랑이나 연민의 감정이 느껴진다기보다 ‘동정’의 마음이 제일 깊게 들어요. 진정한 사랑도 모르고 떠돌이처럼 이 여자 저 여자 사귀면서 여자들의 우상인냥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그를 보면, 그저 한숨 섞인 미소만 짓게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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